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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이여운

2013. MIRAGE/ 장수종(독립 큐레이터)

분열된 도시, 텅 빈 거리, 남겨 진 건물들, 떠도는 육체들은 이미 선험적인 조건이 되어 버린 현대 사회의 양상일 것이다. 현대 도시의 마천루 밑에서 드러나는 어둠의 정적은 목적 없는 방황의 과정에서 증폭되며, 미디어가 자극하는 격동적인 욕망 속에서 발산되는 개인의 소외는 소실점이 보이는 텅 빈 거리에서 공진되고 있다.

현대 도시가 발산하는 정적과 공허에 대한 경험은 소통할 실체가 없는 극단의 소외의 상태를 반영한다. 마천루에 대한 욕망과 그리고 상품에 대한 물욕과 지위에 대한 허영에 의해 점철된 일상의 기억 속에서 모든 감정이 사라지는 무감각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처한 실존의 필수 조건으로서 기능하고,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잡을 수 없는 현대 도시의 일상에서 목적 없는 욕망과 내용이 없는 생산은 현대 사회의 대표적 특징으로 표현될 것이다.

여러 문화권의 건축적 표현의 양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도시의 심리와 정서를 연구하는 이 여운 작가는 존재하는 모든 가치관이 충돌하는 공간인 도시에서 하나의 공통적인 틀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권력으로 대변되는 욕망의 상아탑이다. 이것은 가진 자나 못 가진 자 그리고 권력자와 피 권력자 모두에게서 구조라는 이념의 형식으로, 장식이라는 건축의 형태로 혹은 그림자라는 예술의 은유로 발견되는 허상의 본질일 것이다.

그녀에게 예술은 현대 사회를 연구하는 고독한 탐험이며 미지의 것 혹은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나는 방랑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그녀의 작품은 정적이지만 행동과 같고 시각적 이미지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유와도 같다.